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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미디어센터 면접 후기 — AI로 안성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비정규직

by 불친절한 검은새 2026.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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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미디어센터 면접 후기 — AI로 안성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비정규직

얼마 전 안성미디어센터의 사업 인력 채용에 지원했다.

모집 분야는 AI 라운지 운영이었다.

처음 공고를 봤을 때는 관심이 갔다.

나는 영상·VFX 분야에서 10년이 넘게 실무를 해왔고, Nuke, After Effects, Premiere Pro, Flame 등을 활용해 영상 후반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이미지와 영상 제작에도 관심을 가지고 여러 도구를 직접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AI와 미디어를 접목한 지역 사업이라면 내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용형태가 기간제라는 점이나 급여가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AI와 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원했고 면접까지 갔다.

그런데 면접을 보고 나온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상당히 불쾌한 면접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면접관의 태도 때문만이 아니었다.

면접을 보면서 오히려 이 채용공고 자체가 제대로 설계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관이 물었던 한 가지 질문

면접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면접관 중 한 분이 나에게 이런 취지의 질문을 했다.

"AI를 활용해서 안성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을 듣고 순간 조금 당황했다.

질문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나는 AI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여러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내가 지금 지원한 자리가 무슨 자리였지?"

내가 지원한 것은 안성시의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원도 아니고, 지역개발 전문가도 아니고, 도시문제를 분석하는 정책기획자도 아니다.

AI 라운지를 운영하는 기간제 사업 인력이었다.

그런데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안성이라는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AI를 통해 해결할 방안까지 제시하라고 한다.

물론 면접관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사고력이나 AI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했을 수도 있다.

그 자체를 문제라고 단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질문 때문에 채용공고 자체에 의문이 생겼다.


AI 라운지 운영자에게 어디까지를 요구하는 것인가

안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안성의 문제를 알아야 한다.

인구 구조는 어떤지,

청년들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

교통 문제는 무엇인지,

문화·교육 인프라는 어떤지,

소상공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지역 산업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시민들이 실제로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정말 필요한지도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AI를 활용한 구체적인 해결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이건 단순한 AI 활용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 대한 이해 + 문제 분석 + 정책적 사고 + AI 기술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궁금해진다.

이 정도의 역량을 AI 라운지 운영을 담당하는 기간제 인력에게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가?

만약 정말 이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런 인력을 뽑으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직무도 그에 맞게 설계하고, 권한도 주고, 급여도 그에 맞게 책정해야 한다.

전문가를 원하면서 전문인력에 걸맞은 처우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결국 구직자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인데 요구하는 능력은 너무 많다

이번 면접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이것이었다.

요구하는 능력과 일자리의 조건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

AI를 알아야 한다.

미디어를 알아야 한다.

콘텐츠 제작도 이해해야 한다.

AI 도구를 직접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교육할 수도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이용자들을 응대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문제를 이해하고 AI를 활용한 해결방안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너무 많다.

AI 전문가이면서,

미디어 실무자이면서,

교육자이고,

운영자이고,

상담자이고,

지역 문제 해결사까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용형태는 기간제다.

여기서 나는 상당한 괴리감을 느꼈다.

"이 정도 능력을 가진 사람이 굳이 이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신입도 아니었다

이 부분이 더 씁쓸했다.

나는 영상 분야에서 10년이 넘게 실무를 해왔다.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왔고, 영상 합성부터 로토스코핑, 리무브, 키잉, 컬러 등 다양한 후반작업을 경험했다.

그런 나조차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내가 가진 경력과 이 일자리의 조건이 정말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은 어떨까.

경력은 없지만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신입에게도 점점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

AI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영상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디자인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기획도 해야 한다.

교육도 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도 잘해야 한다.

관련 경험까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고용형태는 계약직이고 급여는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라."

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청년백수가 늘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요즘 청년 취업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청년들은 눈높이가 너무 높다."

물론 정말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이런 질문도 해보고 싶다.

혹시 일자리의 요구 수준이 너무 높아진 것은 아닐까?

과거에는 신입으로 들어가서 배우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입에게도 상당한 수준의 능력과 경험을 요구한다.

문제는 그 높은 요구 수준이 높은 처우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력직 수준의 업무능력을 요구하면서 신입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기도 하고,

전문가를 원하면서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여러 직무를 한 사람에게 맡기면서 고용 안정성은 보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정도까지 준비해서 왜 이런 조건의 일자리를 선택해야 하지?"

나는 이것 역시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일자리에서 제공하는 보상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AI 사업을 생각하게 됐다

이번 면접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요즘 어디를 가도 AI라는 단어가 붙는다.

AI 교육.

AI 센터.

AI 라운지.

AI 콘텐츠.

AI 체험.

AI 행정.

AI가 중요한 기술인 것은 맞다.

나 역시 AI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직접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중요하다는 것과 모든 사업에 AI를 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만들 때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요즘 AI가 유행하니까 우리도 AI 사업을 해야 하는가?"

가 아니어야 한다.

그보다 먼저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과 AI를 사용하기 위해 문제를 찾는 것은 다르다

나는 이 차이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성에 교통 문제가 있다면 AI를 붙인다고 교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문제가 있다면 AI 챗봇을 만든다고 청년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면 AI 콘텐츠 몇 개를 만든다고 지역의 문화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다.

문제가 먼저이고 AI가 그 다음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AI 라운지'라는 사업을 만들어 놓고 그 사업을 운영할 사람에게 지역 문제를 AI로 해결할 방안을 요구한다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다.

혹시라도 사업의 목적보다 'AI라는 최신 유행을 활용한 사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앞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실제 사업을 기획한 담당자들의 의도까지 내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AI 유행에 편승했다"고 단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최신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만들 때는 이런 부분을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정말 필요한 사업인가?

몇 년 뒤에도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인가?

사업이 끝난 뒤 시민들에게 실제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 말이다.


AI 전문가를 원한다면 그만큼 대우해야 하지 않을까

AI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AI를 잘 아는 사람을 뽑으면서 단기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AI뿐만 아니라 미디어·교육·콘텐츠·지역 문제까지 폭넓은 능력을 요구한다면 나는 묻고 싶다.

그 정도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일자리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높은 능력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야 한다.

전문성을 원한다면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책임을 요구한다면 그 책임에 맞는 권한과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민간기업이든 지방자치단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보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면접을 보기 전에는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합격하면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굳이 이 조건에서 이 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취업을 하려고 면접을 봤는데 오히려 면접을 통해 그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번 면접은 나에게 불쾌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채용시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경험이기도 했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도 일자리를 선택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처럼 지원자도 면접을 통해 그곳을 평가한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용주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자신의 능력과 시간에 맞는 일자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면 그에 걸맞은 처우를 해야 한다.

단기 사업이라면 그 사업의 목적과 필요성이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라면 단순히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사업을 만드는 것보다 정말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나는 AI를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앞으로 우리 생활과 산업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AI가 단순한 유행어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한다.

AI라는 간판을 붙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실제로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사람에게 어떤 대우를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번 면접에서 내가 느낀 불쾌함은 단순히 질문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질문을 통해 직무의 범위와 채용조건 사이의 괴리, 그리고 AI라는 유행을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기 전에,

경력직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면서 비정규직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정말 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지부터 돌아봤으면 한다.

어쩌면 우리가 흔히 '청년백수'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에는 일하기 싫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납득할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안성미디어센터 면접은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경험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AI로 안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묻기 전에,
과연 이 일자리가 해결하려는 안성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지방자치단체가 AI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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